명작 영화의 탄생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각본(시나리오)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완벽한 각본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영화는 여러 번의 수정과 재작업을 거치면서 점점 더 완성도를 높여 나간다. 때로는 초안과 최종본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수정되기도 하며, 특정 장면이나 결말이 바뀌면서 영화의 분위기나 메시지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이번 글에서는 명작 영화 "백 투더 퓨처", "록키", "세븐"이 초안에서 어떤 변화를 거쳐 최종적으로 완성되었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해 보겠다.
"백 투 더 퓨처" (1985) – 냉장고 대신 타임머신?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는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SF 코미디 영화로, 개봉 이후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으며 시간 여행 영화의 대표작이 되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각본 초안은 지금과는 상당히 달랐다.
① 초안에서 타임머신은 자동차가 아니었다
영화 속 타임머신은 "드로리안(DeLorean)"이라는 스포츠카를 개조한 형태로 등장한다.
하지만 초안에서는 타임머신이 자동차가 아니라 냉장고였다.
주인공 마티는 거대한 산업용 냉장고 속으로 들어가면서 시간 여행을 하는 설정이었다.
② 왜 변경되었는가?
제작진은 어린이들이 실제 냉장고에 갇히는 사고가 발생할 위험을 우려했다.
또한, 냉장고는 이동이 불가능하므로, 드로리안처럼 도로를 질주하며 속도감을 표현하는 연출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결국 각본을 수정하여, 이동성이 뛰어나고 스타일리시한 차량인 드로리안을 타임머신으로 설정하게 되었다.
변경이 가져온 영향
드로리안은 영화의 아이콘이 되었고, SF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차량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동하는 타임머신 덕분에 영화의 액션 장면이 더욱 흥미로워졌으며, 시간 여행 장면의 연출이 한층 더 역동적이 되었다.
만약 원래의 설정대로 냉장고가 타임머신이었다면, 이 영화는 지금과 같은 흥미진진한 분위기를 만들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록키" (1976) – 원래 결말은 패배로 끝날 예정이었다
"록키(Rocky)"는 무명의 권투 선수 록키 발보아가 챔피언과의 대결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스포츠 영화이다. 이 영화는 개봉 후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으며, 실베스터 스탤론을 스타로 만들어 준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처음 각본에서는 지금과 전혀 다른 결말이 준비되어 있었다.
① 초안에서 록키는 경기 후 돈을 받고 떠난다
최종본에서는 록키가 아폴로 크리드와 경기에서 패배하지만, 끝까지 싸우는 모습으로 감동적인 결말을 연출한다.
하지만 초안에서는 록키가 경기에서 진 후, 상금을 받고 아예 복싱계를 떠나는 설정이었다.
그는 돈을 받은 뒤 애드리언과 함께 링을 떠나 새로운 삶을 찾는 결말을 맞이할 예정이었다.
② 왜 변경되었는가?
제작진은 보다 희망적인 결말을 원했다.
록키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 싸운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이기지 못해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록키가 패배하지만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결말로 수정되었다.
변경이 가져온 영향
록키가 비록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 덕분에 영화는 더욱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이 결말 덕분에 "록키"는 단순한 스포츠 영화가 아니라, 도전과 희망을 상징하는 명작이 되었다.
만약 록키가 단순히 돈을 받고 떠나는 결말이 유지되었다면, 이 영화는 지금처럼 감동적인 스포츠 영화로 남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세븐" (1995) – 원래 엔딩은 더 어두웠다
"세븐(Seven)"은 충격적인 결말로 유명한 스릴러 영화이다. 이 영화는 연쇄살인마 존 도우가 칠대 죄악을 기반으로 한 살인을 저지르고, 마지막에는 탐정(브래드 피트)까지 그의 계획에 빠져드는 충격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각본 초안은 더욱 어두운 엔딩을 포함하고 있었다.
① 초안에서 브래드 피트의 캐릭터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최종본에서는 브래드 피트(밀스 형사)가 자신의 아내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하여 존 도우를 쏘아 죽인다.
하지만 초안에서는 밀스가 존 도우를 죽인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결말이었다.
또한, 영화 초반부에는 탐정 서머셋(모건 프리먼)이 은퇴를 고려하고 있었지만, 초안에서는 존 도우의 계획이 성공한 후 서머셋이 밀스를 대신하여 사건을 끝까지 해결하는 결말이 준비되어 있었다.
② 왜 변경되었는가?
스튜디오 측은 영화의 분위기가 지나치게 암울해지는 것을 우려했다.
브래드 피트도 "밀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캐릭터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결국 "밀스가 존 도우를 쏘지만, 살아남는다"는 수정된 결말이 선택되었다.
변경이 가져온 영향
현재의 결말은 여전히 충격적이지만, 밀스가 살아남음으로써 관객들이 그에게 감정적으로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탐정 서머셋이 영화 마지막에서 "나는 남겠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현실적인 선택을 암시하면서도 희망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연출이 되었다.
만약 초안대로 밀스가 자살하는 결말이었다면, 이 영화는 더욱 극단적인 트라우마를 남기는 작품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명작 영화들은 처음부터 완벽한 각본을 가진 것이 아니라, 여러 번의 수정과 재작업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탄생했다.
"백 투 더 퓨처"는 냉장고 대신 드로리안을 선택하며 더욱 역동적인 영화가 되었고,
"록키"는 희망적인 결말을 통해 감동적인 스포츠 영화로 자리 잡았으며,
"세븐"은 지나치게 암울한 결말을 수정하여 더욱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각본의 작은 변화가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메시지를 크게 바꿀 수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명작의 탄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다음에 영화를 볼 때는, 이 영화가 처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가졌을지 상상해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